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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3.1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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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 나사로.jpg

고웅영 제주새예루살렘교회 목사가 2014년 4월 ‘24시간 연속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교회는 2012년부터 교회 절기 때마다 24시간 기도회를 진행했다.
 
제주 개척의 첫 3년 동안 어린이와 알코올 중독자에 이어 세 번째로 만난 그룹은 육적·영적인 장애를 지닌 이들이었다.

등이 굽고 두 발을 쓰지 못하는 자매가 있었다. 부모는 자매를 집에 가두어 키웠다. 학교도 보내지 않고 가르치지도 않았다. 그녀를 만났을 때는 40대의 나이로 시내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었다. 집에서 TV를 보며 한글을 배웠고, 홀로 집안일을 해내는 총명한 자매였다.

그는 영적인 공격을 받고 있었다. 어둠이 엄습할 때면 숨을 쉬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했다. 나와 아내가 함께 기도하면 어둠 속에서 빠져 나왔다. 자매는 복음을 눈물로 받았고 말씀의 양육도 받았다. 예배 때마다 자매를 업고 교회를 오르내리는 것은 교회 형제들의 수고였지만, 한 영혼이 하나님 앞에 나오는 기쁨이 더 컸다.

버거씨병을 앓는 50대 형제도 있었다. 흡연으로 인해 혈관에 염증이 생겨 혈관이 막히고 괴사하는 무서운 질병이었다. 우리가 만났을 때는 두 다리가 무릎 위까지 절단된 상태였다. 그는 형님 집에서 살고 있었다. 수백 평에 달하는 대궐 같은 집이었지만, 다른 가족과 완전히 단절된 채 뒷방에 버려진 상태로 살고 있었다. 부잣집의 문에 거하는 ‘거지 나사로’ 같은 이였다.

2006년 여름 육지에서 온 선교팀과 함께 방을 청소하고 벽지를 바르고 장판을 까는데 꼬박 3일이 걸렸다. 그런 난리 중에도 가족들은 아무도 없었다. 이후 이 형제를 업어 옮기는 것도 우리의 사역이 됐다.

전도하면서 30대의 범상치 않은 한 자매를 만났다. 눈 마주치기를 피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죽은 동물의 사체를 보면 그 동물의 혼이 저에게 달라붙어 온몸이 아파요.” 그야말로 귀신에게 사로잡혀 고통당하는 자매였다.

자매에게 복음을 전해 영접게 했다. 귀신을 쫓는 기도를 하자고 했는데 거절하는 게 아닌가. 한참을 설득하다가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자신에게 악한 영이 들어온 후 남자들이 찾아오기 시작해 지금은 매춘을 통해 생활한다고 했다. 귀신이 떠나면 생계가 어려워지니 고통스럽지만, 그렇게 사는 게 자신의 운명이라고 했다.

성경책을 주고 이틀 후에 함께 기도할 날을 약속했다. 사단은 이 자매를 놓아주기를 싫어한 것일까. 이틀 만에 찾아갔을 때 그녀는 알 수 없는 곳으로 도망가듯 이사를 가 버린 뒤였다.

전도로 만난 50대 후반의 알코올중독 형제는 술만 마시면 나를 불러 놓고 자살하겠다고 밤새 울며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형제도 그렇지만 밤새도록 같은 이야기를 수백 번 듣는 나도 매우 괴로웠다.

기도 중에 주님이 지혜를 주셨다. 형제를 찾아가 함께 바람을 쐬러 가자고 했다. 제주 애월읍 쪽의 한적한 해안도로로 갔다. 그는 “20년 만에 바닷가에 왔다”고 했다. 우리는 절벽이 아름다운 해안에 내렸다. 들뜬 형제에게 이렇게 말했다. “형제님, 오늘 제가 형제님 소원을 들어 드리려고 합니다. 여기서 뛰어내리면 시신은 잘 수습해 드리겠습니다.”

형제는 화를 내면서 한참 욕설을 퍼부었다. “그거 보세요. 형제님은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살고 싶은 겁니다.” 그날 이후 자살하겠다는 말은 더 이상 하지 않고 예배에 잘 나왔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사랑한다. 누구나 잘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어떻게 하는 게 자신을 정말로 사랑하고 잘 사는 길인지 모른다. 하나님은 주님의 몸 된 교회는 그것을 알려주고 함께 품으라고 말씀하신다.

주님은 이 땅에 버려진 사람, 버려진 영혼이 많다고 하셨다. 주님은 이러한 영혼들에 관심이 있으시고 한 영혼에 대한 하나님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게 하셨다. 아직 우리는 예수님께 배울 것이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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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 나사로’를 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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