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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3.03.3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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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 이기철


이긴 자들만이 초대 받을 수 있는 것이 봄이다

이긴 자들에게만 몸을 열어주는 것이 봄이다

아무도 먼저 가 닿을 수 없는 곳에

먼저 가 꽃피워 놓고 기다리는 것이 봄이다

아무것도 나는 것이 없는 곳에

새와 나비를 마중 보내는 것이 봄이다


들판의 기다림을 위해 강물을 보내주는 것이 봄이다

어제 길 끝에 앉아 기다리던 사람을 위해

연두빛 언덕을 내려 보내는 것이 봄이다

움트는 것들의 손등을 쓰다듬으며

햇볕의 이름표를 달고 쫓아온 것이 봄이다


꼭꼭 채운 얼음의 단추를 따고

그 굳은 결의의 옷고름을 풀어주는 것이 봄이다

아무도 쓰러뜨릴 수 없는 눈더미를 쓰러뜨리고

흙과 돌에 새순 돋게 하는 것이 봄이다


낯선 것들을 낯익은 곳으로 데려오는 것이,

맨발로 마중가도 발 아프지 않은 것이 봄이다

작은 삶이 큰 삶을 껴안는 것이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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